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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씁쓸한

그들의 세계, 『침묵』

책머리에

  일본으로 선교를 간 고위 성직자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이 바티칸에 전해진다. 페레이라 신부 아래에서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는 프란치스코 가르페, 호안테, 세바스티안 로드리고는 그가 고결한 순교도 아니고 배교를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1637년, 일본으로의 선교를 떠난다.

 

 

세바스티안 로드리고의 편지

  셋은 포르투갈과의 통상을 단절한 일본에 잠입하기 위해, 마카오에 들린다. 그곳의 선교학원에 있는 바리냐노 신부에게 여러 소식을 듣는다. 어떤 자가 일본에서 선교자와 신자를 박해하고 있는지, 상황은 어떠한지. 기나긴 설득 끝에 일본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일본 정착을 도와줄 사람을 찾다 신자로 보이지만 수상쩍기 그지없는 일본인 기치지로를 알게 된다. 호안테는 말라리아에 걸려 죽고, 둘만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드디어 상륙한 세사람. 기치지로가 신자가 많은 도모기 마을에서 다른 일본인을 데려오고 가르페와 로드리고는 융숭한(그들 눈엔 초라하지만) 대접을 받는다. 포졸의 경계를 피해 산속의 오두막에 몸을 숨기고 다른 신자들의 신앙 생활을 돕는 두사람. 다른 마을에서까지도 그들을 찾아 온다. 그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도 잠시, 밀고한 누군가에 의해 마을사람과 기치지로가 관아로 잡혀간다. 결국 후미에(성화판을 밟게 하는 것. 이노우에가 만든 방법이다)를 못해 처벌을 받는 마을사람 둘과, 그걸 해내고 배교하여 어딘가로 도망가는 기치지로. 기치지로가 내뱉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박해를 받는 자신들에 대해 그저 침묵하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의 말이 로드리고의 마음에 남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것을 깨달은 로드리고와 가르페는 각자 도망을 간다. 기치지로와 마주친 로드리고. 기치지로는 약한 자신은 어쩔 수 없다며 용서를 빌면서도 로드리고를 관아에 팔아넘긴다.

 

 

옥중의 로드리고 신부

  로드리고는 잡혀가는 자신을 쫓아오는 기치지로를 보며 예수와 유다를 떠올린다. 잡혀있는 동안에도 파수꾼에게 맞아가며 로드리고에게 고해를 하는 기치지로. 로드리고는 기치지로의 이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혐오감만 들 뿐이다. 로드리고가 배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신자 한명이 죽었다. 신자 한명이 죽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기만 하는 신이 로드리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노우에와의 문답도 하고, 밥도 꼬박꼬박 나오는 생활이 익숙해질 때 쯤, 배교를 권해오는 것을 거절하자 식사가 줄어든다. 잡혀온 가르페와 신자들은 잠시 마주치는 것만 가능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가르페가 배교를 거절하자 이 신자들은 거적에 싸여 배에서 떠밀리는 형벌을 당하고, 바닷속으로 그들을 따라가는 가르페도 죽는다. 로드리고는 드디어 페레이라를 만나지만 일본식 이름도 얻고, 완전히 배교해버린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실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저 자신이 배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꾸로 매달리는 형벌'을 당하는 신자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결국 그도 배교를 택하게 된다.

 

죄란 보통 생각하는 바와 같이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만이 아니다. 죄란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 위를 통과하면서 자기가 그곳에 남긴 흔적을 잊는 것이다. p.154

 

"신부, 그대들 때문에, 그대들이 이 나라에 자기 멋대로의 꿈을 강요했기 때문에, 그 꿈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소? 보시오, 또 피가 흐르고 있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사람들의 피가 또 흐르고 있소." p.235

 

이 나라의 백성들은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위해 죽는 일이 없었다. 그들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은 신앙을 얻은 뒤부터라고 그는 대답했지만, 이 대답도 이제 와서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이 되진 못했다. p.237

 

 

네덜란드 상인 우나센의 일기에서

  배교자가 된 페레이라와 로드리고가 네덜란드 사람들과 신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슬며시 보여준다. 18쪽의 짧은 내용에다 일기형식이라 더 적을 것이 없다...

 

 

맺음말

  배교 후의 로드리고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마음 속 깊게는 배교하지 않았지만 선교도 할 수 없고, 고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고, 그저 페레이라처럼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그리스도교 신부로서 기치지로의 고해성사를 들어주며 이야기는 끝난다.

 

 


 

겉표지

 

 

 

속표지

 

 

 

책등, 책배

 

 

 

책머리, 책꼬리

 

 

 


  신이 뭐라고 이렇게 목숨까지 바쳐가며 믿는 것인지 씁쓸해져서 읽기가 힘들었다. 내가 신자였다면 이 내용이 좀 다르게 다가왔을까? 무신론자여서인지 그들만의 세계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그 잘난 당시의 서양인의 시선을 여과없이 보여주어 다른 부분에서 불쾌하다. 로드리고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책이나 다름없지만 기치지로에게 더 눈이 가는 책이다. 그렇게 배반을 하고 또 하면서도 어떻게 신의 구원을 원하는 것인지. 이런 약한 인간도 다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인 것인지. 아마 수많은 신자들은 기치지로 같은 사람이 아닐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지,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영화도 한번 봐야겠다. 국내 개봉명은 사일런스.

  그리고. 어떻게 이노우에 같은 인간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역시 가장 잔인한 것은 인간이다.

 

 


˙ 우란분재 (p.298): =우란분절, 우란분회. 백중이라 부르는 음력 7월 15일에 행하는 불교행사. 죽은 사람이 사후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구하기 위해 후손들이 음식을 마련하여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것. 요즈음은 생명 해방의 날로 기념하는 추세다. (출처)

˙ 차르멜라 (p.317): =charamela, 샤라멜라. 포르투갈어. (가죽으로 만든) 퉁소. ; 막상 (링크)에서는 가죽보단 나무로 보인다...

 

 

 

191115~191122

 

엔도 슈사쿠, 김윤성 | 2009.01.30 3판 | 바오로딸 | P.330

ISBN 978-89-331-0955-7 (04800) | ₩9,000

문학/기독교

 

 침묵
 엔도 슈사쿠 지음, 김윤성 옮김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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